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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19 11:32
도요타의 추락(2)
 글쓴이 : 해결사
조회 : 4,632  
1985년 ‘플라자 합의’ 후 엔화가 40% 정도 급락하자 일본 기업은 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도요타는 원가 절감과 판매가 인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위기를 무난히 넘긴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특유의 ‘가이젠(改善)’ 활동을 강화하고 글로벌 조달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1980년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캠리 등 중소형차 위주에서 중대형 고급차인 렉서스로 주력 모델을 바꿔 단가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1991년부터 거품이 꺼지자 도요타는 돌파 방법으로 해외생산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1993년에는 50%가 넘는 물량을 해외에서 생산하며 또다시 위기를 극복했다.

도요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도요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시장에서 완벽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CCC21 운동’을 전개했다.
그때까지 사용하던 ‘가이젠’이란 용어도 ‘가쿠신(革新)’으로 바꿔 적극적으로 개선활동을 실시하며 원가를 30%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도요타는 ‘CCC21 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최고다, 이제는 더 이상 따라올 자가 없다’는 자만에 빠져든다. 이후 대대적 혁신활동 없이 양적 경쟁만 생각하며 생산능력의 증가를 추구하게 된다.

성공한 도요타 방식이 발목 잡았다
이때부터 도요타는 오만 상태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도요타에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를 누르고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2006년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빅3에 진입하고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성공리에 미국에 진출시킨 후엔 또 달라졌다.

오만을 넘어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만들 수 없고, 우리가 만든 신제품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는 ‘NIH증후군’(Not Invented Here)에 빠져들었다. 도요타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도요타와 같이 선망의 대상이 된 기업일수록 ‘우리는 남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오만에 빠지게 된다.

기술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업종을 넘나드는 경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오히려 과거의 성공일 수 있다.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해 그 경험이 어디서든지 또 통하리라고 믿는 것이 오만이다. 오만이 오래 지속되면 NIH증후군에 빠지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몰락은 시간문제다.

도요타는 TPS(도요타 생산방식) 활동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2007년까지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성장해 왔다. 전 세계 기업들이 도요타를 맹목적으로 숭배했다. TPS를 배우려고 도요타를 방문했다. 도요타라는 제목만 붙여도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NIH증후군에 빠진 도요타는 “우리는 특별한 DNA를 가졌고 이제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자만하며 세계 1위를 향한 양적 팽창을 추구했다.

생산관리의 일반적인 이론 중에 ‘생산량의 증가는 그 증가분의 두 배에 해당하는 관리가 요구된다’는 명제가 있다. 생산량이 두 배 증가하면 생산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은 기존에 비해 네 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일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자중지란에 빠져 몰락의 길을 걷게 돼 있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미 NIH증후군에 빠져 있었으므로 이점을 간과했다. 도요타는 빅3 진입 후 포드, GM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세계 1위를 향한 과욕으로 생산량 증대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2009년 6월에는 1000만 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면서 GM을 제치고 1위의 자리를 잠시나마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GM과의 경쟁에서 취약했던 대형차 위주의 생산을 위해 텍사스에 대형 픽업차량 공장을 8억 달러(20만 대 규모)를 투자해 건설하는 등 팽창을 추구했다. 팽창 전략은 서브프라임 사건을 맞으면서 도요타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표출된 것이 오늘날의 품질 문제다.

품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팽창을 따라가지 못한 관리 수준과 조직 전체에 만연한 오만이다. 일례로 TPS의 특징 중 하나인 ‘라인 스톱(Line Stop·불량이 발견되면 라인을 세워 불량을 개선한 후 재가동하는 제도)’도 무시하고 한 대라도 더 만들려고 했다.오만 버리고 끊임없이 쇄신해야 도요타 특유의 품질 중심주의가 사라지고 생산량에 대한 관심만 높아졌다. 이미 NIH증후군에 걸려 TPS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TPS를 재건한다는 것은 도요타로서는 어려운 싸움일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파멸로 이어지는 오만에 빠질 수 있다. 1907년 프랑스 르노 자동차는 연간 생산량 2만5000대로 세계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 후 승승장구하며 오만에 빠져들었다. 당시 소비환경의 변화를 간파하고 자동차의 대중화를 추구해 컨베이어 시스템을 개발한 포드의 ‘T모델’에 밀려 사라졌다.

당시 르노는 포드의 T모델을 보고 “저게 차냐”며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포드 또한 1914년께 검은색의 단일 차종인 T모델을 100만 대 이상 판매하며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오만에 빠진 것이다.

그 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한 GM은 캐딜락, 뷰익, 올스모빌, 폰티액, 시보레 등 소비자 욕구에 맞는 차종을 생산하며 포드를 앞지른 뒤 세계 1위를 상당 기간 유지하다가 1960년에 나타난 도요타의 간판방식에 무너졌다. 이처럼 오만에 빠지면 멸망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좋은 기업이 병들어 가는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외부 환경변화를 무시한 내부에 있다.

기업이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성장해 가면 그 결과로 기업의 기본을 갉아먹는 NIH증후군에 빠져들게 된다. 오만이나 NIH증후군이라는 무서운 병을 피하기 위한 특별한 약은 없다. 다만 다음의 세 가지를 지키면 된다.

첫째, 끝없는 기본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개선은 끝이 없는 것이다.
둘째, 끝없이 해보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듣기만 하면 잊어버린다. 보기만 하면 기억한다. 그러나 해보면 알게 된다.
셋째, 끝없이 혁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개선되고 또 개선되어도 개선이 완료됐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2010.4.6
-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