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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19 11:28
도요타의 추락(1)
 글쓴이 : 해결사
조회 : 4,588  
도요타는 세계 제조업체의 신화였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유일한 생존수단으로 여긴 기업도 적잖았다.

‘간판(看板)방식’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일본 아이타현의 도요타시는 늘 붐볐다.
그러나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신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잇따라 터진 자동차 사고와 대형 리콜로 도요타의 명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도요타를 따라 한 기업들도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혁신활동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채
혼란에 빠져 있다.

도대체 도요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대다수 언론이 지적하는 도요타 사태의 원인은 비슷하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전 도요타 사장의 강력한 원가절감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경쟁사 모델의 볼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비교 분석하면서 원가절감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부품 수 감소, 재료 사용량, 재료의 변경 등의 방법을 동원해
단가인하를 단행했고 더 나아가 부품의 내구연한을 위험수위까지 몰고 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타나베 사장의 지휘 아래 도요타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일명 ‘CCC21 운동’을
추진했다. 이는 21세기를 위한 비용절감 운동으로 차체와 엔진 등 173개 주요 부품의
생산비용을 그해부터 3년간 30% 절감하자는 프로젝트였다.
도요타는 이에 따라 원가를 대폭 절감했다.

간판방식 일본 밖에서는 무력하지만 원가절감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이 아니다.
도요타뿐 아니라 모든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유사한 방식으로 모두 강력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 사태의 근본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사고를 가진 간판방식의 무리한 적용이다.
둘째, 오랫동안 흑자를 유지하면서 생긴 조직 내 오만한 분위기와 더 나아가
      자체 기술에 대한 고집에 빠진 결과다.
셋째, 하이브리드 차는 전자제품인데 기계제품으로 오인해 개발한 결과다.
도요타의 간판방식은 JIT(Just In Time) 사고에 의해 자재공급을 한다.

각종 자재를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장소’로 공급받아 재고를 최소화하고 불량을 방지하면서 낭비 발생을 줄이자는 개념이다.

도요타 간판방식을 들여다보면 모기업과 모든 부품 공급업체가 수직계열화돼 있다.
도요타와 협력업체 사이에 끈끈한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
또 간판방식은 지리적으로도 모든 부품업체가 반경 5~10㎞ 이내에 있던
오노 다이치(도요타식 생산방식의 창안자) 시절에 만들어졌다(그림①).

이를 통해 낭비 없는 생산이 가능했고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세계 어느 곳이건 싸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공급받는
글로벌 소싱 환경이 도래했다.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각종 부품을 물류센터에 모은 뒤
다시 각국의 거점으로 분배하고, 이를 각 공장에 공급해야 하는데, 부품공장이 반경 5~10㎞
내에 있을 때와 같이 JIT 개념을 적용하기가 불가능해졌다.

공장 근처에서는 마치 JIT 개념으로 간판방식이 작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과다재고와 불용재고가 쌓이게 된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인 무재고, 적시공급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간판방식은 또 종업원이 일사불란하게 운영규칙을 지켜야 돌아간다.
한 명이라도 이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많은 부품 중 일부분이라도 불량이 발생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도요타처럼 어느 정도 종신고용제, 연공서열, 충성을 다하는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모노즈쿠리(장인정신) 정신이 살아있으며,
현장에서 개선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이 방식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문화적 특성이 다르고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고 애사심도 없으며,
수직계열이 아닌 수평계열인 업체에 간판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요타는 정상을 향한 과도한 욕심으로 생산시설을 늘려 GM과 포드를 무너뜨리고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1994년 해외 생산 100만 대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34만 대까지 늘리면서
해외공장을 지원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일본도 아닌 미국에서 지원인력의 지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간판방식을 적용한 것은
더욱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을 개발했지만
이 또한 숙련된 지원인력의 지도가 없을 경우 더 큰 혼란이 발생할 뿐이다.

협력업체 관계도 마찬가지다.
생산 활동을 하다 보면 수직적인 가치사슬과 수평적인 가치사슬이 만나는 지점이 제조 부문인데, 관리가 조금만 부족해도 이 지점에서 혼란이 야기되고, 그 여파로 여러 곳에서 허점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자체 관리는 물론 협력업체의 관리 등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품질문제가 유발된다.
일본의 부품업체는 모기업에서 항목별로 구체적인 수준을 요구하지 않아도 자사 제품을 자발적으로 철저히 검사해 납품한다. 그러나 미국 업체는 정확히 요구받은 항목만 검사한다.

그러다 보니 지원인력의 지도가 조금만 소홀해져도 불량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부품 공급업체와 모기업인 생산업체의 수평관계만 존재하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간판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의 누미(Numi) 공장은 GM이 도요타에서 간판방식을 배우고, 도요타는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50대 50으로 합작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개인주의가 발달된 미국 내에서는 간판방식이 조직 전체를 도리어 혼란스럽게 만들어 낭비의 증가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된 CTS의 품질문제도 마찬가지다. 계약서상에 자세히 명기돼 있지 않은 항목은 테스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 기업의 정서다. 이런 환경에서 생산조직의 혼란은 불량률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인 프리우스나 렉서스 같은 차량의 급발진 사건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간판방식은 도요타만의 유일한 생산방식이다.

이는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지극히 일본적이며, 좁게는 도요타라는 일개 자동차 회사의 고유 특성이다. 이번 도요타 사태는 급격한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도요타 생산방식이 그 한계를 확연히 드러낸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도요타가 NIH증후군에 빠진 배경, 하이브리드 차는 전자제품인데 기계제품으로 오인한 점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끝)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2010.3.24
-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 -